은하의 바다 00

2022. 4. 8.매복사랑니

어느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말했다.

우주는 연한 노란색을 띠며, 달콤하고 매캐한 냄새가 난다고.

은하수의 냄새가 어떠한지, 어두운 우주가 정말 어떤 빛깔인지, 소년은 안다.

 

 

러브웰이라는 사랑스러운 이름과 달리 굳게 다문 입에 무뚝뚝한 표정만 지을 줄 아는 소년은 많은 시간을 생각에 잠긴 채 흘려보낸다. 귀찮은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신발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진흙처럼 떨어지지 않는 지루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대부분 순식간에 휘발되는 쓸모없는 파편이거나 머릿속에서 걸어 나와 남에게 선보일 일이 없는 것들이다.

이따금 그는 숫자를 늘어놓고, 조합하고, 쪼개고, 셈한다. 아주 조그만 숫자는 그가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씨앗이 될 수도, 숲이 될 수도, 신앙과 저주와 행운과 죄악이 될 수도 있다.

 

일정 간격으로 책상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조그만 종이봉투로 들어간다. 그리곤 볶은 씨앗을 꺼내 입속에 던져 넣는다. 고소한 냄새가 오독오독 같은 리듬으로 퍼진다.

그는 가능케 할 수 있지만 관심 갖지는 않았다. 그가 생각한 것은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거나 귀하게 만들거나 천하게 만드는 것들이 아니다. 그저 실없는 공상, '어쩌면'이라는 생각,  운명과 우연을 그리는 확률. 예언자도 셈하지 못하는 변덕스러운 수.

 

금빛 머리카락이 러브웰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며 쏟아진다. 그늘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텐데 언제나 햇빛을 가장자리까지 놓치지 않고 붙잡는다. 환한 빛 속에서도 그림자처럼 보이는 러브웰의 검은 머리카락과 대조적이다.

 

"러브, 무슨 생각 해?"

 

마치 어떤 생각을 했는지 꿰뚫는 것처럼 절묘하다. 리듬이 멎고, 의미 없는 숫자놀음을 치우고, 고개를 든다. 그와 똑같이 무표정을 띤 얼굴은 언뜻 차갑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붉은 눈동자를 흥분과 기대감이 언제나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언제나처럼.

 

그 애에게선 은하수 냄새가 났다.